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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호 Vol. 414

십이지로 보는 국립극장 공연

내다 / 스페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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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띠별 운세와 공연 궁합
십이지(十二支)로 보는 국립극장 공연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푸른 뱀은 지혜와 신중함, 재생과 혁신을 상징해 왔다.
특히 2025년은 성장과 변화가 지속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여정에서 예술은 언제나 그래왔듯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빛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성장과 치유의 시간이 될
국립극장의 2025년 상반기 공연을 띠별 운세에 맞춰 정리해 봤다.




뱀띠 
기회가 찾아온다, 성급함은 금물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다. 순간적 기쁨이나 흥분에 휘둘리지 않고 겸손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주변의 신뢰를 쌓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20년부터 꾸준히 제자리를 지키며 새해를 책임져 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년 음악회>처럼 말이다. 
<2025 신년 음악회>는 품격 있고 신명 나는 국악관현악 주요 레퍼토리와 국립창극단의 대표 소리꾼 이광복·최용석·유태평양·김수인의 무대로 꾸며진다. 30주년을 맞이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베스트 컬렉션>과 소년 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 역시 새출발을 기원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무대다. 시대를 넘어 세대를 아우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말띠
군계일학, 카리스마를 챙겨야…
누구보다 돋보이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당신의 말과 행동에 자연스럽게 이끌릴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해 보인다. 모함과 역경을 이겨낸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참고해 봐도 좋겠다. 다큐픽션 창작 오페라 <이순신>은 태권도 등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콘텐츠를 곳곳에 녹이고 거북선, 해전, 이순신의 승천 장면을 3D 입체 영상과 웅장한 음악으로 구현해 감동을 배가했다. 
외유내강의 참 의미를 알고 싶다면 여성 무용수만으로 구성해 섬세한 춤선을 더욱 극대화한 국립무용단의 <미인>이 안성맞춤이다. 한땀 한땀 이어 놓은 조각보가 펼쳐지듯 다채로운 미장센과 아름다운 춤사위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양띠
넉넉한 주머니, 건강은 조심
재물 운이 좋아 풍요로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장기적인 경제 계획을 세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다만 건강을 챙기고 스트레스에 주의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건, 웃음과 초심이다. 
<베니스의 상인들>은 낭만과 유쾌함을 모두 갖춘 창극이다. 상인 안토니오가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원작을 바탕으로, 대자본에 대항하는 젊은 소상인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신체 활동과 마음의 평화를 균형 있게 이루는 데에는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만 한 것이 없다. 지정된 객석을 벗어나 직접 무대 위로 올라가 국악기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만질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은 국악의 매력에 푹 빠지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원숭이띠
마침내 인정받는 아이디어
오랫동안 쌓아 온 노력이 마침내 성대한 결실을 볼 시간이다. 묵혀 둔 재능이나 아이디어를 모두에게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립무용단이 여덟 번째로 선보이는 명절 기획공연 <2025 축제(祝·祭)>로 그 기쁨을 누려 보자. 아름다운 몸짓으로 열정을 뿜어내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축제의 순간을 더욱 빛나게 한다. 
벅차오르는 행복을 친구, 애인, 가족과 함께 나누고 싶다면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오의 음악회>에 초대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금희 아나운서의 친절한 해설은 물론 국악 관혁악을 중심으로 대중음악, 뮤지컬 넘버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경험할 수 있다. 관객의 신청곡을 연주하는 ‘정오의 리퀘스트’가 2024년부터 이어지고 있으니, 한 번쯤 도전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소담한 간식과 남산의 풍경은 덤이다.




닭띠
속도보다는 정확성을
성실함과 우직함을 보여 줘야 할 타이밍이다. 과도한 기대나 급한 성격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속도보다는 정확성을 우선시하며 일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디다 느껴질지라도 한 단계씩 확실한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차곡차곡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면 연극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관람해 보길 바란다. 6·25전쟁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낸 민족의 자화상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용서하는 인간의 삶을 진솔하게 다룬 점이 인상적이다. 
때때로 세상에 나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이 느껴진다면 국립창극단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로 그 허무함을 채워 봐도 좋겠다. 정치적 야망에도 동생을 살리기 위한 배려를 염두에 둔 수양과 나라의 안녕을 위해 형과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동생 안평의 행보에서 허공을 걷는 듯한 발자취를 느낄 것이다.




개띠
귀인을 만나지만 구설수는 조심
망설이던 일을 추진해 보도록 하자. 실속을 챙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한 해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집중하면 현재의 위치에서 더 높은 도약도 가능하다. 단, 부도덕한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 유혹이나 부정직한 제안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제안하는 무대는 <붉은 낙엽>이다. 이웃사촌 카렌의 어린 딸 에이미의 실종 소식이 전해지고, 에릭의 아들 지미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스토리와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김강우의 열연이 관전 포인트다. 
또 다른 추천작은 연극 <그의 어머니>다. 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10대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렸다. 빈틈없는 연출과 강렬한 긴장감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어머니의 고뇌와 아들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깊은 울림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돼지띠
불확실함의 연속, 감정에 충실해야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 낙천적 성격이 자칫 무책임하고 의존적으로 비칠 수 있으니, 주저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상대방과 신뢰를 쌓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심정을 잠시라도 풀어내고 싶다면 <보이스 오브 햄릿>이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을 각색해 햄릿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복수심과 분노, 슬픔과 고뇌를 5인조 라이브 밴드의 구성으로 섬세하게 보여 준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엄두가 나지 않을 땐 천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로 각색한 〈천 개의 파랑〉이 힘이 될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본격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2035년 한국을 배경으로 종을 뛰어넘은 우정을 그렸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따뜻한 위로’다.




쥐띠
선택은 냉정하게, 말은 아낄 것
좋은 기회가 잇따라 찾아오지만 매 순간 선택이 따르게 된다. 흔들림 없이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냉정한 사고가 필요하다.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때로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솔직함은 중요하지만,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다 보면 시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답답함으로 가득한 마음에 돌파구가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뮈엘 베케트의 대표작이자 부조리극의 대명사인 이 무대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난해한 고전을 신구, 박근형 등 대배우의 숨결로 재탄생시켰기 때문이다. 
‘흥보가’를 재료 삼은 국립창극단 <절창Ⅴ>의 시원한 열창 또한 막힌 가슴을 뻥 뚫어 줄 것이다. 국립창극단의 젊은 소리꾼 왕윤정과 전통 소리로 레게·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김율희, 두 MZ 소리꾼의 다재다능한 끼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 것이다.




소띠
천천히 그러나 마침내 온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해 온 공이 드디어 두각을 드러낸다. 지금껏 그랬듯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며 기다리면 된다. 주변의 도움을 거절하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다. 자신의 직관을 믿고 자신감을 돈독하게 채우도록 한다. 
불안함은 1984년부터 지금까지 당대 최고의 소리꾼들이 참여해 단단한 내공을 선보인 <완창판소리>로 달래 보자. 명창의 소리는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힘을 주고, 고요한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2025년 상반기에는 장문희·임현빈·이소연·이선희가 함께하며, 소리의 이면을 들려주는 친절한 해설도 더해질 것이다.
언 땅을 뚫고 피어오르는 싹처럼 희망을 연주하는 <2025 함께, 봄>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세계적 지휘자 금난새가 장애인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펼쳐 보이는 무대다. 




호랑이띠
만남으로 열리는 새로운 문
또 다른 시작을 위해선 새로운 인연이 필요하다. 과거의 틀을 벗어나 더 넓은 시각을 갖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데 국립무용단 <파이브 바이브>는 든든한 밑거름이다. 새로운 남성 한국춤 신드롬을 예고하는 국립무용단의 신작으로, 남성 무용수들로만 구성된 공연이 우아한 춤선부터 격정적 몸짓까지 한국 남성 춤의 다채로운 매력을 끌어낸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2025 시즌 오프닝 콘서트> 역시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영감을 줄 것이다. 섬세한 음향과 참신한 해석으로 청중을 매료하는 다비트 라일란트가 포디엄에 올라 세계가 주목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신년의 팡파르를 울린다. 관현악의 웅장함, 현대무용의 아름다움, 오페라의 화려함, 국악의 신명이 가슴을 뜨겁게 뛰게 한다.




토끼띠
중요한 건 나, 사소한 것에도 최선을
창의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프로젝트나 업무에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다양한 장르와 실험적 시도가 결합된 무대는 창의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제16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국악부문>은 현시대 가장 창의적 음악과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가 만나 최상의 합을 보여 주는 시간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수준 높은 연주로 감상할 기회다. 
날카로운 시선이 필요하다면 〈그을린 사랑〉으로 연극계를 흔든 신유청 연출의 연극 <헌치백>을 감상해 보길 바란다. 중증 장애가 있는 작가의 자전소설이자 파격적 서사와 시사성 넘치는 풍자적 표현으로 일본 문학계와 사회를 완전히 뒤흔든 작품이다.




용띠
마침내 벗어나는 삼재의 기운
삼재의 기운에서 벗어나 서서히 운세가 안정되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시기다.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동료와 협력해 상호 이득을 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간 자신을 눌러 온 무거움은 연극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로 떨쳐 버리자.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 작품은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절정 부분인 ‘리베스토드(사랑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죽음을 통해 완성되는 비극적 사랑과 숭고함을 탐구하는 이 작품은 광적 퍼포먼스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협력의 사례가 필요하다면 KBS 교향악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서로의 레퍼토리를 교환해 연주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 시리즈Ⅳ <스위치>를 예의 주시하길 바란다. 양악과 국악을 한자리에서, 나아가 각기 다른 매력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글. 김지윤 『경향신문』 편집국 매거진L팀 기자
그림. GAJEE


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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