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호 Vol. 414 앙코르, 앙코르!어떤 소리들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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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앙코르! 객석에서 보내오는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을 때, 커튼콜을 더 이어가기에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때, 무대 위의 퍼포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다시 한번 더 무대를 선보인다. 그때 퍼포머가 들려주는 것은 앞선 흐름을 쭉 이어 가는 무대이기도, 혹은 앞서 보여 주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담은 무대이기도 하다. 앙코르, 앵콜. ‘또다시’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 이 말은 이대로 무대를 끝낼 수 없는 관객들이 외치는 말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정말로 관객 중 일부가 “앙코르!”라고 소리친 공연도 있었지만 이제는 꼭 모두가 이 말을 외치지는 않는다. 가끔은 “한 번 더” 혹은 “한 곡 더”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기도, 혹은 그저 열렬한 박수가 끊임없이 극장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무대 위 퍼포머가 관객에게 주는 깜짝 선물 같은 이 앙코르가 역사에 처음으로 기록된 건 1786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공연 날이었다고 한다. 역사에 기록된 첫 앙코르라니 공연 당시 분위기가 얼마나 대단했을지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게 되지만, 앙코르의 역사는 그보다 더 오래됐을 것 같다는 추측을 지우기는 어렵다. 녹음도 영상 촬영도 불가능하던 시절, 무대 위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놓쳐 버리고 싶지 않았던 이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만 더!”라고 외친 것이 그 첫 시작이었다면, 그건 아마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 이어져 오지 않았을까. 국립극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형태의 앙코르 무대가 펼쳐진다.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판소리의 한 대목이 화려하게 펼쳐지기도, 커튼콜이 계속 이어지는 와중에 은근하게 무대를 이어 가기도 하며, 때론 그날 공연에서 가장 빛났던 클라이맥스가 다시 한번 재현되기도 한다. 그렇게 열렬한 박수와 환호 속에서 앙코르 무대가 펼쳐질 때, 극장의 공기는 앞과 사뭇 달라진다. 분명 같은 퍼포머, 같은 무대, 같은 관객이지만 공식적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여서 그런지, 어쩌면 놓쳤을지도 모르는 그 공연의 마지막 순간을 보는 감각은 어쩐지 조금 더 각별하다. 약속된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 번 더 무대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 공연을 관람했지만 아직 그 무대를 보내 줄 수 없는 마음이 교차하는 자리였기 때문일까. 앙코르를, 무대를 만들어 내는 그 뜨거운 박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우리가 공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손에 만져지는 것만 같다. 2024년 11월 29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에서 앙코르곡이 정해진 뒤, 작곡가에 쏟아지는 박수갈채 소리 https://youtu.be/B3iu1Ehx_ks?si=vqlSquAAu5XESUpE 글. 신예슬 음악평론가 그림. 곽명주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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