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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 Vol. 413

2024 국립극장 <다 함께 예술>

풀다 / 예술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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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국립극장 <다 함께 예술>

일예술 이가족


매 순간이 보석 같은 내 아이와 그 시간을 온전히 함께 즐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값진 게 있을까.

휴대폰 없이, 장난감 없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다 ‘함께’하는 예술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허물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일까. 30년간 행복의 기원에 대해 연구한 행복 심리학자에 따르면, 인간은 가장 중요한 자원을 만났을 때 행복감이 커진다고 한다. 여기서 자원은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 혼자일 때보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함께함의 대상이 가족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감성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예술이 한 스푼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온 가족이 다 함께 예술을 즐길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보통 예술 공연이나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대상층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따라서 가족이 함께하더라도 실제로는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린이 대상 예술 공연 현장에는 수많은 부모가 함께하지만, 정작 공연을 함께 즐기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인 대상 공연에 자녀가 동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함께지만 함께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극복하기 위해 국립극장은 올해 3월, 특별한 프로그램을 열었다. 바로, <다 함께 예술>이다.

기존 예술 공연 및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걷어 내고, 여러 세대가 섞인 가족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예술의 장을 만들고자 노력한 결과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연극놀이를 활용한 예술 체험 및 스토리텔링 활동’이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삼은 <다 함께 예술>은 상·하반기로 나뉘어 진행됐다. 상반기 교육은 3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매주 토요일 10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열렸다. 총 10회차로 이뤄진 상반기 교육에는 회차마다 2017~2020년생 어린이와 동반 보조자 1인으로 이뤄진 여섯가족이 참여했는데, 영·유아기에는 1년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2017~2018년생, 2019~2020년생으로 분반함으로써 수준별 맞춤 수업을 진행했다. 

한편 하반기 교육은 9월 28일부터 11월 12일까지, 총 5회차에 걸쳐 토요일 같은 시간에 열렸다. 회차별 여섯 가족이 참여했는데, 2018~2019년생 어린이와 동반 보호자 1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상반기 교육과의 차이점이다. 





연극놀이에 더한 전통예술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연극놀이 체험 프로그램은 국립극장 밖에서도 때때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연극놀이 체험 프로그램이 국립극장 영역으로 들어오면, 전통예술을 활용한 독창성이 더해진다. 올해 <다 함께 예술>의 주제는 ‘일고수 이명창(一鼓手 二名唱)’이다. 

언뜻 보기에 판소리 공연의 주인공은 소리꾼 같아 보이지만, 사실 고수가 없으면 제대로 된 판소리를 선보일 수 없다. 고수가 북을 통해 전하는 장단과 소리 중간중간 알맞게 내지르는 추임새는 소리꾼과 관객의 흥을 돋움으로써 소리꾼의 완창과 관람 몰입감 향상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물론 고수가 매우 중요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리꾼이 없으면 이 또한 판소리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은 고수가 소리꾼보다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소리꾼과 고수가 각각의 능력을 바탕으로 둘이 호흡을 잘 맞춰야 판소리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개념일 수 있지만, <다 함께 예술>에서는 이를 재미있게 체득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세심하게 다듬었다. 수업 시작 후 첫 30분 동안에는 주제 탐색 시간이 진행됐다. 연극놀이를 통해 여섯 가족이 서로를 알아 가는 시간을 마련하고, 동시에 굳은 몸을 풀었다. 아울러 다소 생소한 주제인 일고수 이명창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준 뒤, 게임을 통해 개념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인도했다.

다음 20분 동안에는 ‘동대문을 열어라!’ 놀이가 펼쳐졌다. 일고수 이명창을 이해하느라 고생한 머리를 잠시 쉬게 하고, 다른 부모 및 친구들과 더욱 친해지는 값진 시간이었다. 고수와 명창이 한마음으로 공연에 나서야 판소리 공연의 완성도가 높아지듯, 수업에 참여한 여섯 가족도 마음을 한데 모아야 교육의 효과와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동대문을 열어라!’는 한자리에 모인 12명의 마음을 활짝 열게 만든 열쇠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화합과 행복 담은 우리의 노래


10여 분의 휴식 후, 일고수 이명창에 담긴 조화와 화합의 정신을 우리 가족의 추억과 가치로 승화시키는 시간이 이어졌다. 가족이 똘똘 뭉쳐 행복한 시간을 만든 일화를 꺼내어 간단한 노래로 만드는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여섯 가족이 각자의 스토리를 음악으로 변환하는 사이, 연극놀이 강사들은 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한층 의미 있고 재미있는 노래를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맞춤형으로 전수했다.

노래를 만들었으면 이제 모두에게 선보일 차례. <다 함께 예술>의 대미는 노래 발표로 꾸며졌다. 판소리에서 창자와 고수가 그러하듯, 한 아이의 성장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 그리고 이들의 호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직접 만든 결과물을 노래한다는 건 그 자체로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부모와 아이는 손을 맞잡고 용기 내어 한 소절 한 소절 힘주어 부르며 그 안에 담긴 화합과 행복의 메시지를 다른 가족에게 전했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커다란 환호성과 진심 어린 박수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교육 참여 소감까지 나누고 나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가족은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과 이를 토대로 만든 자신만의 노래를 읊조리며 보람 가득한 얼굴로 국립극장을 나섰다. “다음에는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싶다”는 부모와 아이의 바람도 곳곳에서 들렸다. <다 함께 예술>은 이렇듯 국립극장만이 선사할 수 있는 전통예술의 흥미와 가치를 온전히 전하며 2024년의 여정을 아름답게 끝맺었다.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