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호 Vol. 413 판소리 눈대목과 함께하는 송년달다 / 미리보기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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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송년판소리> 판소리 눈대목과 함께하는 송년 1986년 8월 ‘적벽가’ 완창으로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 무대에 처음 선 안숙선 명창. 그녀는 올해로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매년, 혹은 격년으로 완창 무대에 올랐다. <완창판소리>의 역사 속 그녀의 활약상과 2024년 12월 그녀의 제자들이 꾸밀 특별한 무대를 살펴본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의 역사와 함께한 안숙선 명창 1949년 전북 남원 출생의 안숙선 명창은 8세 때 이모 강순영 명인에게 가야금을, 외삼촌 강도근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우며 국악에 입문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기 명창’으로 이름을 날리며 일찌감치 전국의 전통 공연예술 무대를 경험했던 그녀는 19세 때 만정 김소희, 향사 박귀희를 만나며 국악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녀는 앞의 두 스승은 물론 정광수·성우향·박봉술 등 당대 최고의 명창과 사제의 연을 맺으며 판소리 다섯 바탕을 두루 섭렵했다. 안숙선은 1979년에는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20여 년간 수백 편의 창극 무대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국립극장에서 1984년 12월에 시도해 1985년부터 정례화한 <완창판소리>에 매년, 혹은 격년으로 출연해 뛰어난 소리 기량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그녀는 1986년 ‘적벽가’를 시작으로, 1987년 ‘수궁가’, 1988년 ‘흥보가’, 1989년 ‘춘향가’, 1990년 ‘심청가’를 완창했다. 이렇듯 5바탕 전부를 매해 연달아 발표한 이는 1968년 <완창판소리> 무대를 시작한 박동진 명창 이후 처음이었고, <완창판소리>가 정례화된 이후에는 최초였다. 1바탕도 어려운 완창일진대 5바탕을 모두를 실현한 것은 그동안 쌓아 온 그녀의 놀라운 내공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안숙선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에도 그녀는 꾸준히 완창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혼자 오롯이 선 완창 무대가 25회(1986~2014), 제자들과 함께 꾸민 분창 형식의 무대가 9회(2015~2023), 총 34회의 완창 무대에 선 것이다. 그야말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의 역사는 곧 안숙선의 완창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10년부터는 매년 12월의 완창 무대를 그녀가 도맡았다. 이른바 ‘제야판소리’ ‘송년판소리’의 이름으로다. 안숙선의 <송년판소리>는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이러한 명창의 활동은 판소리를 향한 꾸준한 노력과 치열한 자기 수련이 없이는 절대 가능하지 않다. 단지 겉으로 보이는 성과만이 아닌, 이를 관객 앞에 내놓기 위해 얼마나 수련했을지 범인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녀가 홀로 오롯이 무대에 올린 바탕소리는 ‘흥보가’가 8회로 가장 많고, ‘춘향가’ ‘수궁가’가 각각 5회로 다음이다. 그리고 ‘적벽가’ 4회, ‘심청가’ 3회다. 제자들과 함께 분창한 경우, ‘흥보가’ 3회, ‘심청가’ ‘수궁가’ 각각 2회, ‘춘향가’ ‘적벽가’ 각각 1회씩이다. 그녀는 홀로 무대를 선보이든, 제자들과 함께하든 전승 오가를 고르게 무대에 올렸다. 완창 무대가 소리꾼과 고수, 그리고 청중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임에도 그 가치가 여전히 유효한 것은, 판소리 한바탕을 한 무대에서 오롯이 실연하는 것이 오늘날 판소리 보존과 전승, 그리고 향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소리꾼과 고수는 완창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소리 내공을 쌓을 수 있고, 청중은 음악뿐만 아니라 이야기로서 판소리를 접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수 시간에 걸쳐 연행했던 판소리 본래의 향유 방식을 계승한다는 의미 역시 있다. 전승 오가를 모두 선보이며, 수십 차례 완창 무대에 오른 안숙선을 완창 판소리 역사의 독보적 인물, 명실공히 이 시대 최고의 명창이라 해도 과하지 않은 이유다. 안숙선 명창의 제자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판소리 무대 올해 12월 <송년판소리> 무대는 안숙선 명창의 제자들이 주인공이다. 안숙선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김미나·김지숙·남상일·박민정·박성희·박애리·박자희·서정민·유수정·이선희·정미정·허정승 등 여러 제자와 더불어 <송년판소리> 무대를 꾸몄다. 올해 무대에서도 이들을 만나볼 수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이들과 더불어 32명의 소리꾼이 무대에 오른다. 다만 올해는 이전과 달리 하나의 바탕소리를 분창하는 것이 아니라, 1부와 2부로 프로그램을 나누어 전승 오가의 주요 눈대목을 독창·입체창·합창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인다. 먼저 독창의 경우, 총 3개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정미정의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과 이선희의 ‘적벽가’ 중 ‘새타령’이다. 그리고 김지숙의 ‘춘향가’ 중 ‘비 맞은 제비같이’부터 ‘하루가고 이틀가고’이다. 이들 소리꾼은 약 10분간 해당 대목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으로 입체창 4곡이 이어지는데, 조정규·최은우가 ‘춘향가’ 중 ‘사랑가’를, 유수정·남상일이 ‘춘향가’ 중 ‘춘향모 어사 상봉 대목’을 선보일 것이다. 소리뿐 아니라 적절한 연기로 상대와 호흡을 맞추며 꾸리는 입체창은 판소리가 마당이 아닌 무대예술로 전환된 20세기 초에 본격적으로 나타난 양식이다. ‘춘향가’ 중 위의 두 대목은 대표적인 입체창의 눈대목이기도 하다. 춘향과 몽룡의 애틋한 사랑과 춘향모와 어사의 희극적 재담이 소리꾼들을 통해 흥미롭게 표현될 것이라 기대한다. 한편 ‘심청가’의 입체창도 준비되어 있다. 김미진·김유경·나윤영·박성희·박애리·서정금·이연주의 일곱 소리꾼이 ‘심청가’ 중 ‘날이 차차’부터 ‘방아타령’까지를, 박민정·박자희·정희나가 ‘심청가’ 중 ‘젖동냥’과 ‘추월만정’을 들려줄 것이다. 짙은 슬픔과 해학성이 고루 담긴 ‘심청가’의 주요 대목이 여러 소리꾼의 개성 있는 표현으로 잘 구현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외에도 20~30명 남짓의 소리꾼이 함께 부르는 합창 또한 공연의 시작과 끝으로 마련됐다. 1부의 시작을 열면서 ‘수궁가’ 중 ‘고고천변’을 이나경·정미란·서정민 등을 포함한 17명의 소리꾼이 부르고, 2부의 마지막 또한 모든 출연진이 민요 ‘동백타령’과 ‘진도아리랑’을 함께 부른다. 소리꾼의 합창으로 웅장하고 깊은 판소리의 음악성과, 함께 부르면 더욱 신명 나는 민요의 매력이 더 선명하게 전달될 것이다. 2024년 <송년판소리>는 안숙선 명창이 치열하게 연마하고, 정성스레 전수한 소리를 그녀의 제자를 통해 들려주며, 명창의 소리 인생을 돌아보는 특별한 무대다. 판소리 눈대목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며, 명창의 훌륭한 제자들을 보며 차세대 판소리 명창을 미리 만나 보는 자리도 될 것이다. 스승의 예술혼이 제자들을 통해 새롭게 피어나는 특별한 송년의 밤, 판소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글.송소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2017년 「20세기 창극의 음반, 방송화 양상과 창극사적 의미」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판소리와 창극 관련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국립극장 <송년판소리> 일정 2024-12-28 | 시간 토 15:00 / 토·일 15:00 장소 달오름극장 | 관람권 관람권 전석 3만 원 | 문의 02-2280-4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