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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 Vol. 413

휴식 시간의 말들

어떤 소리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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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시간의 말들

 




“지금부터 15분간 휴식이 있겠습니다. 휴식 시간 중 객석을 출입하실 때에는 항상 티켓을 소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물 전체에 단정한 안내 멘트가 울려 퍼지면, 극장의 다소 열띤 분위기가 슬며시 가라앉고, 객석의 웅성거림이 극장을 채운다. 휴식 시간은 무대 위의 일에 몰입하느라 잔뜩 웅크렸던 몸과 마음을 다시 한번 펴고,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늘 공연의 흐름과 관객 반응을 낱낱이 느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언젠가 음악인류학을 다루는 수업에서 음악회 리뷰를 써 보라는 과제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음악회 리뷰는 통상적 리뷰처럼 무대 위 사건에 대한 글이 아니라, 바로 ‘객석’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리뷰였다. 객석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얼마나 공연에 몰입하는지, 언제 어떻게 반응하는지, 특히 휴식 시간에는 어떤 일들을 하고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등, 객석의 움직임을 살피다 보면 그 공연에 대해 더욱더 폭넓은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음악회라는 사건은 무대 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객석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대화, 움직임까지 포함하는 복잡다단한 일이라는 관점이었다. 


휴식 시간의 풍경은 정말로 음악회라는 사건이 환한 무대 위의 일만이 아니라는 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객석 조명이 들어오자마자, 공연에 너무 몰입해서 숨 쉬는 것도 잊었던 것처럼 약간의 탄성 섞인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도 있고, 함께 공연을 보러 온 사람과 1부의 어떤 장면이 얼마나 흥미진진했는지 꼼꼼히 복기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를 만나러 로비로 발 빠르게 뛰쳐나가는 이도 많다. 앞선 공연에서 무언가 아리송한 점이 남았는지 공연 프로그램 북의 앞 페이지를 차근히 읽는 이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객석에서, 로비에서, 극장 바깥에서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아니, 그 연주자 진짜 귀신같이 잘하더라…” “난 요즘에 너무 피곤해서 조금 졸았어” “대본이랑 음악의 합이 좋다, 잘 어울려” “오늘도 관객 반응이 대단하네. 나도 팬클럽 할래.” “이게 도대체 뭐야?” “낯설긴 한데… 재밌기도 했어” 등등, 공연 리뷰가 나오기 전까지는 결코 알 수 없는 반응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런 의미에서 휴식 시간은 말 그대로 쉬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공연에 대한 정보를 은근하게 얻을 수 있는 관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공연과 공연 사이에 주어진 15분 남짓의 짧은 휴식 시간. 아마도 이 시간만큼 이렇게나 직접적이고, 생생하며, 즉각적인 표현과 반응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또 없을 것이다.



+ 함께 들어보세요

https://youtu.be/zoe_4Cg7v5I?si=mdNnKC0YrVQn3_8o



글. 신예슬 음악평론가   

그림. 곽명주 일러스트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