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Vol. 412 춤으로 엮은 이야기풀다 / 예술배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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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국립극장 <춤추는 놀이터> 춤으로 엮은 이야기 한국무용과 연극놀이를 조화롭게 엮어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통합예술교육. 아이들은 그 안에서 자유롭게 춤추며 예술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한국무용과 ‘둠칫둠칫’의 만남 한국무용은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와 유려하고도 심오한 멋이 공존하는 예술이다. 하지만 ‘한국무용’이라는 용어의 묵직한 무게에 지레 겁먹고 그 아름다운 몸짓 앞에서 멈칫거리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성인에 비해 전통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떻게 하면 한국무용에 요즘 유행하는, 신나는 몸짓과 춤을 의미하는 의태어 ‘둠칫둠칫’을 접붙여 아이들에게 한국무용의 즐거움을 전할 수 있을까. 국립극장의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 <춤추는 놀이터>는 이런 물음에서 출발했다. <춤추는 놀이터>는 이름 그대로 아이들이 마음껏 춤추며 놀고,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춤으로 표현하는 이색적인 예술교육이다. 국립극장에서 운영하기에, 당연히 춤의 밑바탕은 한국무용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무용을 본격적으로 배우는 자리는 아니다. 아이들에게 한국무용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발사위와 팔사위 중 따라 하기 쉬운 몇몇 동작을 통해 그 재미와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춤추는 놀이터>의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립무용단의 이도윤·이승연·박준엽·김나형 단원이 직접 한국무용 강사로 나섰다. 한국무용의 묘미를 전하는 과정 내내 등장하는 전래동화는 아이들의 흥미를 배가시키는 훌륭한 촉매제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사람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는데, 특히 아이들은 이야기에 대한 몰입감이 성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다르다. 나아가 한국무용의 춤사위와 전래동화를 토대로 자신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표현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교육 참여 적극성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 자명하다. <춤추는 놀이터>가 한국무용의 파트너로 연극놀이를 점찍은 배경이다. 몸짓에 이야기를 더하다 국립극장이 올해 처음 선보인 <춤추는 놀이터>는 9월 28일부터 11월 23일까지 총 3개 기수로, 기수당 3회차의 수업을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했다. 1, 2기 수업은 마무리됐으며, 11월 9일 첫발을 뗀 3기 수업은 순항하고 있다. 수업은 교육 대상인 초등학교 3~6학년생에 철저하게 맞춰 구성됐다. 한국무용과 전통예술에 대한 이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다채로운 세부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마련한 것이다. 먼저 1차시의 주제는 ‘춤추며 친해지자’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강생 25명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한국무용의 기본 발사위를 재미있게 배워 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첫 수업에 나선 아이들은 이름표에 자신들의 별명을 쓰고 여기에 담긴 이야기를 다른 친구들에게 발표했으며, 몸을 활용한 미션을 바탕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며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훈훈하게 데웠다. 아울러 뿅망치를 대동한, 이른바 ‘이름 볶음밥 놀이’와 ‘이름 땡놀이’까지 거치자,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소소한 대화를 나눌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1차시의 두 번째 시간에는 한국무용의 발사위를 가볍게 배웠다. 예기치 않은 부상을 막기 위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아이들은 국립무용단원들의 친절한 가르침에 맞춰 다양한 걸음새와 기본 발사위를 익혔다. 또한 마지막으로 카드에 쓰인 낱말을 몸으로 표현하면 다른 친구들이 맞히는 놀이를 하며 즐겁게 1차시를 마무리 지었다. 그다음 토요일에 이어진 2차시 수업에서 아이들은 ‘놀이로 만나는 연극’을 경험했다. 몸짓을 언어 삼아 다양한 놀이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몸을 움직이는 행위의 즐거움을 체득하는 시간이었다. 1차시에 걸음새와 발사위를 배웠으니, 2차시에 팔사위를 배우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이들은 기본 팔사위를 곧잘 따라 했는데, 여느 춤과는 느낌이 다른 동작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듯 연신 미소를 지었다. 강사진은 여기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얹었다. 배운 팔사위를 이용해 놀이를 진행하는 와중에 술래의 동작을 따라 하는 규칙이 추가되자, 놀이와 팔사위에 대한 아이들의 집중력이 수직 상승했다. 무궁화 대신 할머니, 아기와 같은 단어를 넣고 여기에 해당하는 동작을 수행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한국무용의 기본을 몸에 익혔으니, 이제는 이를 활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전래동화를 만날 차례. 아이들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전래동화 ‘젊어지는 샘물’이 연극놀이 강사 고윤희·백종승의 구연으로 실감 나게 전해지자, 수시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동화 내용을 파악한 아이들은 조별로 나뉘어 젊어지는 샘물 대신, 마시면 다른 변화를 겪는 자신들만의 샘물을 창안하기 시작했다. 마시면 춤을 잘 추게 되는 샘물,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샘물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속 등장했으며, 연극놀이 강사의 도움을 받아 각각의 주제에 살을 덧붙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를 말과 동작으로 생생하게 발표하는 ‘말하는 스냅 사진’ 시간도 아이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전통예술 향유의 첫걸음 <춤추는 놀이터>와 함께하는 세 번째 토요일을 맞이한 아이들은 두 번째 시간에 만든 이야기를 연극과 춤으로 승화시키는 ‘우리가 다시 쓰는 옛이야기’를 수행했다. 국립무용단원들은 아이들이 2차시에서 만든 이야기를 토대로 한국무용 기반의 안무와 동선을 만들어 왔으며, 아이들은 이를 배우는 동시에 나만의 움직임을 추가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자 한국무용의 미학과 아이들의 독창성이 모두 살아 숨 쉬는 춤 연극이 완성됐다. 조별로 춤 연극을 꼼꼼하게 연습한 아이들은 학부모 앞에서 이를 발표하며 <춤추는 놀이터>의 대미를 장식했다. 단 세 번의 수업만으로 확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과 그 안에 담긴 진지함에 학부모들은 연신 감탄사와 박수를 터뜨렸다.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에는 자신감과 확신이 깃들었다. 매 수업 끝단에는 오늘 활동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는데, 덕분에 <춤추는 놀이터>가 더욱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매 수업을 복기하며 그 의미에 대해 되새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한국무용의 멋과 즐거움을 더욱 진하게 맛볼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춤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 함께해 왔다. 기쁠 때 춤을 추며 행복을 배가시켰고, 슬플 때도 춤추며 마음속에 엉겨 붙은 한을 서서히 삭였다. 한국무용은 이러한 ‘춤 유전자’를 응축시킨 끝에 정립된 예술이며, 그만큼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춤추는 놀이터>를 통해 이러한 한국무용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 소중한 경험은 미래 세대가 전통예술을 한결 적극적으로 향유하도록 이끄는 중요한 밑거름 구실을 할 것이다. 글.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