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Vol. 412 근대화와 창작 뮤지컬의 만남풀다 / 박물관 돋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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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가무단 <이 화창한 아침에> 근대화와 창작 뮤지컬의 만남 1975 <이 화창한 아침에> 공연 사진
국내에서 뮤지컬이 대중문화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 흐름은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지나며 본격화되었다. 지금 한국 뮤지컬 시장의 확대와 발전은 수준 높은 순수 창작극을 선보이려고 시도함과 아울러 해외 유명 작품의 단순 번역이 아닌 치밀한 현지화 노력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66년 예그린악단의 <살짜기 옵서예>로 시작된 국내 뮤지컬 공연은 <꽃님이 꽃님이 꽃님이>(1967), <대춘향전>(1968)과 같은 전통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이어졌다. 이후 예그린악단은 1973년 국립극장 신축을 계기로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가무단으로 재창단하게 된다. 국립가무단은 국립극장 개관 기념 공연인 제1회 정기공연 <시집 가는 날>(1974) 이후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변화를 추구한다. 제3회 정기공연 <이 화창한 아침에>는 이러한 시작에 있는 작품으로 1975년 5월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상연되었다. 작품의 소재가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은 군사정권기의 관립 단체라는 예그린악단의 태생적 특성과 국립가무단의 역할에 대한 요구에 부합하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 화창한 아침에> 대본(자료번호: yi001) 이 작품의 제작에는 극작가 이근삼, 작곡가 최창권, 안무 김학자, 연출 허규가 참여했다. 특히 이근삼은 미국 유학파로서 당대에 뮤지컬을 경시하던 연극인들과 달리 창작 극본을 여러 편 썼을 정도로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던 극작가로 알려져 있다. 작품의 내용은 한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농사를 짓는 주민과 마을에 터를 잡은 공장 관계자 간의 갈등과 상호이해를 통한 해결 과정을 다룬 것으로 새마을운동의 성공 사례를 담은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당시의 시대 상황과 국립가무단의 입지는 국가 정책 홍보라는 작품성의 한계 안에 있었지만,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도입과 정착 과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성과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이 화창한 아침에>를 본격적인 현대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당시의 조류를 읽고 록 음악을 뮤지컬에 활용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1966년 예그린악단 음악실장을 지낸 최창권은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이력으로는 드물게 다양한 분야에서 음악적 역량을 선보인 작곡가였다. 그는 예그린악단의 대형 창작 뮤지컬 작곡과 한국 최초의 70mm 뮤지컬영화인 <아이 러브 마마>(1975) 영화음악을 맡는 등 한국 뮤지컬 음악의 선구자로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의 주제가를 비롯해 군가 ‘최후의 5분’ ‘전선을 간다’ 등 시대를 넘어 대중의 삶에 깊이 녹아든 노래를 작곡한 바 있다. 이 공연은 안무와 연출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담아냈다. 극 중의 축구 경기, 남성들의 결투, 공장 노동 장면을 참신하게 안무로 담아낸 김학자의 안무는 극의 완성도를 높인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 화창한 아침에> 악보(자료번호: TSO00126-2) 국립가무단은 새로운 소재와 현대적 시도를 통해 뮤지컬 초창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나 전술한 국가 정책을 예술에 접목해야 하는 시대적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화창한 아침에>는 한국 뮤지컬의 초창기인 1970년대의 상황과 당시 국립예술단체의 고민, 음악과 안무, 연출 등 무대에서의 새로운 시도 등으로 시대상을 결집해 보여 주는 하나의 표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 민덕홍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가무단 <이 화창한 아침에> 기간 1975. 5. 6. ~ 11. 장소 국립극장 대극장 스태프 극본-이근삼 | 작곡·지휘-최창권 | 연출-허규 | 안무-김학자 | 합창 지도-나영수 | 장치디자인-김동진 장치제작-조성인 | 조명-구길웅 | 음향-김두환 조연출-손진책 | 무대감독-박인원, 김관규 출연진 최장구-김창섭 | 최영미-조창애 | 신강-강대진 | 안씨-김영자 | 윤팔삼-이의일 | 성균-강학기 | 공비서-최창주 배달부-최대웅 | 덕분-손해선 | 윤국도-이재선 | 봉식-최국환 | 병섭-강대승 | 여공 반장-김해란 | 마을 여자-원옥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