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Vol. 412 확장된 예술로의 아트 서커스, 극장과 만나다맺다 / 세계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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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 드 시르크(Machine de Cirque) 유럽투어 확장된 예술로의 아트 서커스, 극장과 만나다 몸을 괴롭혀 얻은 극단적 기예를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활용하는 서커스 공연은 기술을 넘어서는 예술적 성취를 창조해 낸다. Machine de Cirque Europe Tour As an Expanded Art Form, Artistic Circus Meets Theaters Acrobats master extreme acrobatics through painful physical training and they use such acrobatics to tell stories. 오랜 시간 서커스는 다양한 예술 장르와 결합해 그 영역을 넓히며 진화하고 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위험한 상황 속 원초적 몸의 기술을 보여 주는 기예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면서 서커스는 빅 탑에서 벗어나 프로시니엄 극장에서 공연하면서 서커스와 서커스 공연자에 대한 관점도 변화하고 있다. In this way, a circus performance becomes an artistic achievement going beyond a technical one. The circus has long been connected to different genres, expanding and evolving. Acrobats showcase primitive bodily techniques under perilous circumstances between life and death. As the circus brings such acrobatics to an artistic level, it gets out of big tops to meet audiences in proscenium theaters. This is changing the way people see the circus and circus performers. 마신 드 시르크의 ‘마신 드 시르크’ 인체 유연성을 강조해 일종의 신체 왜곡처럼 보이는 컨토션(Contortion)이라는 서커스의 경이로운 기술은 여러 번 보면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컨템퍼러리 서커스 단체들은 첨단기술과 결합한 엔터테인먼트 쇼를 만들거나 순수예술과 결합해 새로운 예술 작품을 만들어 오늘의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최근의 경향처럼 보이지만 광대와 동물, 신체 변형된 사람을 이용한 쇼를 선보인 근대 서커스에서 벗어나 컨템퍼러리 서커스가 등장한 것은 1970년대 프랑스였다. 전통적으로 유럽이 아트 서커스의 강국으로 인정받는 것도 이런 역사적 맥락과 맞닿아 있다. 최근 아트 서커스 공연에서 무용수가 신체의 숙련을 통해 미적 감각을 전달하고 곡예사들은 신체적 기교만을 보여 준다고 생각했던 사실, 혹은 편견도 변화하고 있다. 대중적 엔터테인먼트 쇼로 서커스 붐을 일으킨 것은 캐나다 퀘벡의 서커스 단체인 ‘태양의 서커스’의 역할이 크다. 1985년 설립, 1990년대부터 서커스 붐을 일으킨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를 오래된, 낡은 것이 아닌 새로운, 볼거리가 많은 엔터테인먼트 쇼라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서커스 공연 단체 ‘마신 드 시르크(Machine de Cirque)’는 퀘벡에는 태양의 서커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은 예술가의 서커스 공연이 준비되어 있고, 이 많은 서커스 단체가 더 넓고 깊게 서커스의 다양성을 보여 줄 수 있음을 증명한다. 최근 경기 고양시에서 한국 초연을 마치고 부산에서도 공연하는 <라 갤러리>를 만든 서커스 단체 마신 드 시르크는 근대 서커스의 기예와 서커스의 전통적 역할은 따르면서도 다양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극장형 공연을 선보인다. 그런 마신 드 시르크가 단체의 이름을 걸고 만든 <마신 드 시르크> 쇼가 2024년 11월 유럽 투어를 시작했다. 마신 드 시르크의 해외 투어 공연 개발 관리자(International Touring and Development Manager)인 클레어 토머스(Claire Thomas)는 이번 프랑스 투어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마신 드 시르크>는 프랑스와 유럽에서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다. 유럽의 풍부한 연극적 전통과 밀도 높은 공연장 간의 네트워크는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공연할 수 있게 한다. 프랑스 관객은 모든 형태의 공연예술을 보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퀘벡 주민을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사촌’이라고 부를 만큼 문화적으로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마신 드 시르크> 쇼는 재미있어 가족에게 어필할 수 있고, 예술적·기술적 역량도 빼어나 안목 있는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2015년에 탄생한 이 회사의 첫 번째 쇼로 아직도 전 세계를 투어하고 있다.” 마신 드 시르크는 예술감독 뱅셍 두베를 주축으로 캐나다 몬트리올 서커스학교 출신 5명이 모여 2013년 창단한 단체로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아트 서커스의 현재를 보여 주고 있다. 그간 빅 탑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쇼로 인식되는 서커스를 공연예술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시적 표현과 극적 상황, 유머, 그리고 최상의 기예 앙상블,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조화롭게 만드는 무용적 동작, 극적 상황과 은유, 서커스 도구이자 현장을 돋보이게 만드는 오브제 등 현대 서커스와 전통적인 카바레 공연의 요소를 매끄럽게 엮었다. <Machine de Cirque> by Machine de Cirque There is an amazing circus technique called “contortion.” It highlights performers’ flexibility to the point of distorting their bodies. But just repeating this technique could make the audience lose interest. That is why contemporary circuses present entertainment shows incorporating cutting-edge technology. Or, they connect themselves with fine arts to create new artistic works. All this is to better communicate with today’s audiences. In Korea, contemporary circus is seen as a recent trend. But actually, such a new form appeared in the 1970s, in France. At that time, circus performers began to present contemporary shows, freeing themselves from the previous ones involving clowns, animals and contortionists. This historical context lies behind the reason why European countries are traditionally recognized as superpowers of artistic circus. These days, artistic circus performances are changing people’s preconceived idea that dancers share their aesthetic sense through physical training and that acrobats only show their physical techniques. Cirque du Soleil, a circus in Quebec, Canada, greatly contributed to a boom in the circus with their popular entertaining shows. Founded in 1985, Cirque du Soleil stirred such a boom from the 1990s. The company led people to change their view of the circus. That is, they were telling people that the circus is not something old and obsolete; it is an entertainment show with lots of things to see. There is yet another circus called Machine de Cirque. This circus proves that Quebec has not only Cirque du Soleil but many other artists presenting circus performances. They also demonstrate that these numerous circuses are capable of suggesting the diversity of acrobatic performances which could be wider and deeper. Machine de Cirque has recently finished presenting <La Gelerie> in Goyang City as the Korean premiere of the show. Their next stage is Korea’s Busan City. The company keeps intact the acrobatics of the modern-day circus and its traditional role. But in parallel, they produce performances for theaters where they could meet different audiences. They started touring Europe in November 2024 with <Machine de Cirque>, a show named after the company. Claire Thomas, the company’s International Touring and Development Manager, explains the meaning of their tour in France as follows: “<Machine de Cirque> is often presented in France and other European countries. Euruope’s rich theatrical tradition and dense network of theaters enable artists to stage performances of different fields. French audiences have the desire to see all forms of the performing arts. They also have a cultural bond with Quebecois and call them “cousins across the Atlantic.” <Machine de Cirque> is entertaining so it could appeal to families. Its artistic and and technical capacity could also satisfy discerning audiences. This is the company’s first show, which was born in 2015, and its world tour is still going on.” Led by its artistic director Vincent Dube, Machine de Cirque was founded in 2013 with five acrobats from the National Circus School in Montreal, Canada. Recognized for their artistry and the quality of their performances, the company is telling us where artistic circus is today. Circus had been seen just as an entertainment show but the company’s performance makes us reconsider it from the perspective of the performing arts. Poetic expressions, dramatic situations, humor, optimum combination of acrobatic techniques, choreographic movements bringing harmony to all these elements, metaphors and objets used as circus tools and giving life to the space… With all this, the company smoothly blends elements of contemporary circus and traditional cabaret performances. 유럽 공연장의 개방성과 포용성 <마신 드 시르크>의 유럽 투어는 2024년 11월 스페인의 ‘엘 자르디 시립극장(El Jardi Municipal Theatre)’, 프랑스의 ‘샤토발롱(Chateauvallon-Liberte Scene nationale)’ 파리의 ‘라 스칼라(La Scala)’로 이어진다. 극장의 규모가 조금씩 다르지만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시니엄 극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투어가 시작되는 스페인의 엘 자르디 시립극장은 공연 및 시각 예술을 전문으로 역사와 현대성을 융합한 상징적 문화 공간이다. 원래 19세기 후반에 건축된 이 극장은 건축학적 매력을 보존하고 현대적 요구에 적응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꼼꼼하게 복원 및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 고전적 발코니석과 장식을 남겨 건축적 특징을 살린 이 극장은 연극·무용·음악 등 다양한 순수 공연예술의 공연에 적합한 무대를 갖추고 있다. 프랑스의 샤토발롱은 1966년에 1,100석 규모의 야외 원형극장, 실내극장, 스튜디오, 숙박 시설 등으로 건설되었다. 1970년대 폴 매카트니 등 전설적 음악가들이 참여한 재즈 페스티벌로 명성을 얻은 극장이다. 현대무용·발레·전시·심포지엄 등을 개최했고, 연간 관객 수 5만 명에 극장 객석 점유율이 9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인기 있는 극장이다. 2005년에 리모델링한 실내 극장은 사변형, 좌석, 입석 콘서트 등 모든 형태의 공연을 주최할 수 있어 9월부터 6월까지 시즌 내내 이벤트가 개최된다. 라 스칼라 파리의 전신은 1873년 프랑스 최초의 영국식 음악 공연장으로 시작되었다. 1999년 교회가 사들인 이후 16년간 방치되어 있던 극장을 한 프로듀서가 2016년에 매입하면서 지금의 라 스칼라 파리 극장이 관객에게 선보였다. 최첨단 모듈형 극장으로 거의 모든 장르의 공연이 가능한 가변형 공연장이다. 세계적 오페라극장인 밀라노 라 스칼라를 설계한 리처드 페두치의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하고, 라 스칼라 극장의 정통성을 승계하면서 라 스칼라 파리라는 이름으로 현재 가장 뜨거운 공연을 선보이는 파리 공연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곳이 되었다. 극장의 크기, 관객석의 규모가 다름에도 동일한 레퍼토리의 공연이 가능하다는 점은 변형과 확장이 가능한 <마신 드 시르크> 쇼의 유연함에 있을 것이다. 게다가 서커스를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완성된 형태의 공연으로 만든 단체의 공연을 기꺼이 극장에서 보는 유럽 관객의 수용성, 아트 서커스를 극장 공연으로 발전시킨 서커스 예술가들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더불어 순수예술 작품을 주로 공연하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보장된다면 장르를 한정 짓지 않는 유럽 극장의 개방성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 유럽 건축의 역사를 고스란히 문화재처럼 간직하면서도 컨템퍼러리를 수용하는 유럽 극장의 개방성은 그 자체로 예술적이다. ※ 본 원고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공연예술비평활성화지원’으로 선정, 지원을 통해 제작된 원고입니다. Openness and Inclusiveness of European Theaters For their tour in Europe, Machine de Cirque performs at El Jardi Municipal Theatre in Spain, Chateauvallon-Liberte, scene nationale in France and La Scala Paris in November 2024. These theaters have slightly different sizes but they are all proscenium theaters staging artistic performances. Spain’s El Jardi Municipal Theatre, where the company starts the tour, is a symbolic cultural space combining historical and contemporary aspects, with focus on the performing arts and visual arts. Built in the late 19th century, this theater has been restored and renovated meticulously for several years in order to preserve its architectural charm and to meet contemporary needs. The theater still has its classical balcony seats and decoration as its unique architectural features. And it has a stage fit for different fine arts performances such as the theater, dance and music. France’s Chateauvallon-Liberte, scene nationale was built in 1966 with an outdoor amphitheater, which has 1,100 seats, an indoor theater, a studio and accommodations. In the 1970s, the theater gained fame with its jazz festival inviting legendary musicians including Paul McCartney. The theater has offered contemporary dance, ballet, exhibitions and symposiums. It welcomes as many as 50,000 people every year and its seats are occupied up to 90 percent all the time. Renovated in 2005, its indoor theater is capable of presenting all forms of shows including a concert with seating on four sides and the one with or without seating. This means that the space is available for events throughout the season from September to June. La Scala Paris started out in 1873 as France’s first British-style concert hall. After a church purchased the space in 1999, it was abandoned for 16 years. Finally, a producer purchased it in 2016 and today’s La Scala Paris came to meet audiences. As a cutting-edge, module-type theater, this flexible space is ready to present performances of almost all genres. The theater adopted the design by Richard Peduzzi who had designed La Scala Milan, a world-renowned opera house. It also preserved the tradition of La Scala, calling itself La Scala Paris. The theater has become the crown jewel of the performing arts scene in Paris, presenting the hottest performances today. The show <Machine de Cirque> can be performed in all these theaters even though they are different in sizes and the number of seats, How come? First, the show is flexible enough to be modified and expanded. Second, open-minded audiences in Europe are willing to go to a theater to see a performance produced by a company that presents the circus not as entertainment but as a completed show. Third, circus artists have made great efforts to develop artistic circus into a performance for a theater. What is also notable is the openness of European theaters; they usually present fine arts performances but they aren’t confined to particular genres if quality is guaranteed. While the theaters cherish the history of European architecture just like cultural heritage, they are open to what is contemporary. Such openness is artistic in itself. ※ This essay was selected and supported as part of the “support program for invigoration of performing arts criticism” in the framework of the project “Cradle of Performing Arts Creation” led by Arts Council Korea. 글. 최재훈 영화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37회 영평상 신인평론상 최우수상을 수상해 등단했다. 제3회 르몽드 영화평론가상을 수상했으며, 영화·문화예술 관련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영화 에세이집 『나는 아팠고, 어른들은 나빴다』가 있다. By. Jae-hoon Choi Jae-hoon Choi is a film critic. He graduated from the School of Drama at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He made his debut as a critic after he won the 37th Korean Association of Film Critics Awards (Best New Critic). He also won the 3rd Le Monde Film Critics’ Awards. He currently works as a columnist writing about film, arts and culture. He is the author of <I was Sick and Adults Were Bad> (film essay collec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