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Vol. 412 탄탄한 구성, 품격 있는 즐거움달다 / 미리보기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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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탄탄한 구성, 품격 있는 즐거움 가을과 겨울 사이 11월. 어느덧 2024년의 아쉬움과 2025년의 기대감이 공존하는 요즘이다. 우리의 전통예술, 그중에서도 국악관현악 입문자와 어느 정도 발을 뗀 관객들, 물론 고수까지 편안하게 국악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해 기승전결이 완벽한 하나의 품격 있는 공연이 여기 있다. 국악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위해 힘써 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명연주를 더욱 조화롭게 빛내 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부지휘자 최동호가 지휘를 맡고, 국민 아나운서 이금희가 특유의 친근함으로 공연의 이해를 돕는다. 기(起) - 친근하면서도 강렬하게, 정오의 시작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하다. 라디오 오프닝, 드라마 첫 회, 영화 시작에 공을 들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람들이 채널을 돌리거나 멈추지 않고, 집중했다면 성공이다. 공연장에 온 관객이 마주할 첫 곡 선정에도 남다른 정성을 쏟게 된다. 이번 ‘정오의 시작’은 친근하면서도 강렬하게 접근한다. 이지수 작곡의 ‘아리랑 랩소디’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악을 몰라도 친근하고, 국악을 안다면 익숙한 ‘진도아리랑’과 ‘밀양아리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곡이다. 원곡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이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발표된 곡으로, 우리 민요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도 주목받았다. 우리 정서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민요를 알고 서양음악의 화성에 익숙한 관객에게 이 작품은 분명 낯설지 않을 것이다. 국악의 전통 리듬과 클래식의 풍부한 화성이 국악관현악으로 조화롭게 빚어질 ‘정오의 시작’으로 국악관현악이 가깝게 느껴지길 바란다. 승(承) - 호기심으로 이어지도록, 정오의 협연 ‘아리랑 랩소디’로 강렬하게 시작했다면, 국악관현악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지도록 ‘정오의 협연’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인턴 단원의 열정 가득한 이중 협연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엄기환 작곡가의 가야금과 거문고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주변(周邊)을 위한 변주(變奏)’를 가야금 윤하영, 거문고 박진희의 연주로 협연한다. 관현악은 어울림이 중요하지만 협연이라는 형태를 통해 개별 연주자들의 발전도 허용한다. 협연자는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면서 연주의 자유를 표출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제약과 약속을 지키면서, 동시에 앙상블과의 조화와 지휘자의 지시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아닌 주변에 머무는 색채 간의 관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신호등에서 정지를 의미하고 경고의 의미를 가지며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 중 첫 번째 색인 ‘빨간색’을 담은 주제 선율을 단순하게 제시하고, 그 강렬함에 가려졌던 주변 색인 다홍·주홍·자주색 등이 더 드러나도록 그들의 존재감을 변주 형식으로 나타낸다. 빨간색에서 점차 옅어지는 그러데이션이나 색깔이 섞였다가 번지며 각각의 개성을 펼쳐내는 색깔의 향연을 각 국악기의 색으로 어떻게 그려 낼지 기대감이 드는 작품이다. 빨간색과 주변 색을 통해 만들어지는 여러분 마음속의 그림을 상상해 보며 감상의 재미를 더해 보길 바란다. 좌측상단부터 지휘 최동호 | 소리꾼 고영열 가야금 윤하영 | 거문고 박진희 전(轉) - 예상치 못한 반전의 기쁨, 정오의 리퀘스트와 정오의 스타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기대도 안 했던 반전을 맞기도 한다. 관객의 사연과 신청곡을 들려주는 ‘정오의 리퀘스트’에서는 <정오의 음악회>를 통해 잊고 지낸 30년 전 친구를 만났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쁨은 누구에게나 한두 번쯤은 일어날 수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라 우리가 공연을 보거나 여행을 가거나, 일상과는 조금은 다른 행동을 할 때 일어날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 속 품격 있는 즐거움을 주는 <정오의 음악회>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정오의 리퀘스트’에서 노사연의 ‘만남’을 국악관현악으로 감상하면서 모든 소중한 만남을 떠올리고 기약해 보면 좋을 것이다. 1988년 사이판 쌈마리나스 회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친구들과 오늘 정오의 음악회 초대받아 왔어요. 그때 룸메이트였던 친구를 30년 만에 만났네요^^ 함께 좋은 음악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 사연 원문 ‘정오의 스타’ 역시 기승전결 중 ‘전(轉)’에 해당할 만하다. 국악관현악 공연에서 스타를 만난다는 예상치 못한 반전과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정오의 스타’를 찾은 고영열은 정통 판소리를 전공한 소리꾼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 행보의 보폭은 꽤나 넓었다. 그는 세련된 소리와 깊은 감성으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판소리를 해 ‘피아노 병창’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이는 대중에게 판소리를 친숙하게 알리기 위한 그의 노력 중 하나였다. 이후 정규 앨범과 싱글 등 현재까지 발매한 음반의 작사·작곡·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하며 음악적 역량을 입증해 왔다. JTBC <팬텀싱어 3>에서 준우승한 ‘라비던스’의 멤버로도 활약하고, <풍류대장> <불후의 명곡>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국악의 다양화와 가능성을 제시하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직접 작사·작곡한 ‘천명’을 비롯해 ‘사랑가’ ‘신뱃노래’를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연하며 또 한 번 관객에게 이 시대 예술가로서 자신을 각인시킬 것이다. 결(結) - 깊은 여운의 맺음, 정오의 초이스 국악관현악에 어느 정도 매료됐다면, 이제 그에 걸맞은 마무리 역시 중요하다. 공연의 마지막은 지휘자 추천의 국악관현악 작품을 만나보는 ‘정오의 초이스’다. 지난 6월 국립국악관현악단 <탄(誕), 명작의 생(生)> 공연에서 위촉 초연한 최신작, 최지혜 작곡의 한오백년을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 ‘무늬(Moo Nee)’를 선보인다. 한국의 전통 무늬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감을 가진 장신구, 건축물이나 문화재, 일상에서 사용된 옛 소품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이들에 새겨진 문양은 소수 권력층이 누리던 무늬다. 이 작품에서는 ‘무늬 이면의 무늬’에 집중해 억겁의 시간을 견디며 일구어 온 민초들의 발자국으로 새겨진 땅의 무늬를 표현한다. 작곡가는 민요 ‘한오백년’의 가사 내용과 토리의 지역성에 주목해 고달픈 삶과 가족을 중시하며 살아온 한국인 특유의 정과 흥, 한과 멋을 담아냈고, 작곡가의 시선으로 한국 지형의 곡선을 따라가며 이 땅의 삶·경작·의식 등 수많은 무늬를 풀어냈다. 마지막 곡에서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한스러운 감정과 흥겨움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깨어나 깊은 여운이 남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 감정을 간직한 채 말이다. ‘정오의 초이스’까지 함께했다면 기승전결이 확실한 하나의 완성된 국악관현악 작품을 감상한 것이다. 개개인이 느낀 감정은 다 다르겠지만 <정오의 음악회>가 내놓은 완성도 있는 고품격 공연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발견했길 바란다. 2024년의 마지막 <정오의 음악회>를 찾은 관객을 위해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맛있는 간식을 음료와 함께 제공하고, 2024년 총 6회 공연을 모두 관람한 관객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는 ‘정오의 도장깨기’ 이벤트가 마무리된다. <정오의 음악회>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2025년 3월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시작한다. 글. 이그림 방송작가. <KBS국악한마당>으로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 TV, 라디오, 공연 등 전통예술이 있는 곳에 고운 색을 더해 그 아름다움을 그려 내고 싶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일정 2024-11-07 | 시간 목 11:00 | 장소 해오름극장 관람권 R석 3만 원, S석 2만 원 | 문의 02-2280-4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