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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호 Vol. 405

젊은 공연예술 평론가상 장려상 이 진

풀다 / 젊은 공연예술 평론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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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요약문

젊은 공연예술 평론가상 장려상 이 진



ⓒ국립극장 〈합★체〉



주제1. 새로운 배리어 프리, 세심한 배려와 치열한 고민을 담다

국립극장 <합★체>


고(故)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공연된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기획 공연 〈합★체〉는 배리어 프리의 영역을 거침없이 확장하고 진화시킨 작품이다. 소설 원작의 주제와 작가가 말하고자 한 바를 충실히 무대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뮤지컬 〈합★체〉는 소설 원작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공연예술계에서 장애인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시도하는 배리어 프리를, 기존 배리어 프리 공연보다 더 적극적이고 세심하게 구현해 배리어 프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뮤지컬 〈합★체〉에서는 수어 통역사들 또한 배우들과 비슷한 의상을 갖춰 입고, 배우 옆에서 함께 동선을 소화하며, 표정과 감정 연기까지 하면서 수어, 즉 시각 언어를 선보였다. 수어 통역사들은 배우들처럼 입으로 대사를 읊지 않을 뿐, 그들만의 대사를 관객에게 전해주며 통역을 넘어 새로운 연기를 했다. 등장인물의 성별과 연령대를 넘나들며 연기하는 수어 배우들을 보며 어떤 관객은 공연예술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발견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자신을 향한 섬세한 배려를 느꼈을 것이다. 


1970년대 도시 하층민의 삶을 그려낸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오마주한 데서 발상이 시작된 『합★체』엔 ‘난쟁이 아버지’가 등장한다. 2023년에 공연한 뮤지컬 〈합★체〉는 저신장 배우 김유남에게 난쟁이 아버지 역할을 맡겼다. 그를 무대의 가장 높은 곳에서 등장하게 연출하며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부터 소설 『합★체』까지 이어져 온 난쟁이의 의미를 또다시 확장했다. 이러한 선택은 뮤지컬 〈합★체〉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확장성과 다양성, 관객을 향한 높은 접근성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 비평문에선 여타 작품보다 넓은 범위로 배리어 프리를 진화, 확장한 뮤지컬 〈합★체〉가 제시한 동시대적 화두를 분석한다. 1970년대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착안한 2010년대 소설 『합★체』가 2023년 무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공익성과 동시대성을 반영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국립정동극장 〈암덕 : 류(流)의 기원〉



주제2. 줄 타는 어름사니처럼, 과감한 한 걸음을 내딛다

<암덕: 류(流)의 기원>


조선 남사당패 최초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 ‘암덕(김암덕)’의 생을 다룬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신작 〈암덕: 류(流)의 기원〉이 막을 내렸다. 꼭두쇠는 남사당패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로, 〈암덕: 류(流)의 기원〉의 주인공 암덕은 남성으로만 구성된 집단에서 최초로 꼭두쇠 자리에 오른 유일한 여성이다.


작품에서는 암덕의 성장을 남사당패의 여러 연희와 함께 구현해 무대화했다. 또한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강렬한 이미지가 암덕 삶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는 시간 순서대로 전개된다. 대사와 언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음악 요소로만 무대를 채운 것. 암덕이란 인물의 서사를 압축하고 그녀의 삶 순간순간을 이미지화해 구현한 극의 연출에서 암덕을 알지 못해도 누구나 작품을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작품의 방향성이 확실했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암덕: 류(流)의 기원〉은 남사당놀이를 전면에 내세운 극이지만 일부 배경음악을 제외하고는 한국어가 나오지 않아, 암덕을 모르는 외국인 관객이 보기에도 무리 없는 작품이다. 서사나 언어가 아닌 이미지와 소리를 극대화함으로써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이 지향하는 대중화·세계화란 가치에 걸맞은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서사와 언어를 극도로 축약 및 배제하고, 몇몇 이미지와 퍼포먼스 위주로만 극을 구성한 것은 좋은 선택이기도 하지만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품의 다양성과 예술성, 확장성을 추구해야 할 ‘국립’ 단체이기에 이처럼 용기 있고 과감한 선택이 가능했을 것이다.


본 비평문에서는 남사당놀이를 복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대적 연출을 덧입힌 〈암덕: 류(流)의 기원〉을 통해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이 지향하는 방향성에 대해 논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2023년,  남사당놀이와 한국어를 모르는 해외 관객이 봐도 극을 즐길 수 있게끔 언어를 배제하고 강렬한 이미지와 퍼포먼스를 강조한 〈암덕: 류(流)의 기원〉을 통해 공연계에 어떤 새로운 바람이 불지도 분석해 본다.



https://m.ntok.go.kr/Museum/archive/JournalDetails?ArticleId=203078



이 진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졸업. 직장 생활과 프리랜서 작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영상 및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소설, 오디오 드라마, UX 라이팅 등 여러 분야에서 작가 활동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