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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호 Vol. 405

푸르른 바다를 항해하다

달다 / 미리보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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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푸르른 바다를 항해하다


SNS를 수놓은 청명한 하늘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수그러들기 시작하는 4월. 

<정오의 음악회>는 푸르른 바다가 생각나는 아름답고 깊은 울림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4월 11일 목요일 오전 11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탄탄한 연주 실력을 갖춘 ‘국립국악관현악단’이라는 믿음직스러운 배 한 척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관객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친절한 해설을 해줄 정감 넘치는 이금희 아나운서와 지난 3월 초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부지휘자로 임명된 최동호가 이 배의 선장이다. 자, 고품격 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로 향하는 배에 승선을 서두르길 바란다.



동해를 거쳐 남해로


3면이 바다와 닿아 있는 한반도의 특징 덕분에 우리는 운 좋게 세 가지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 일출 명소로 꼽히는 동해는 한 해를 시작할 때나 기분 전환을 위해 자주 떠올리는 바다다. 그러니 우리도 동해에서 출발하자. 그곳에서는 ‘정오의 3분’이 시작된다. <정오의 음악회>의 첫 순서로, 3분 내외의 짧은 관현악곡을 통해 관객에게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선사하는 무대라 할 수 있다. 우리 마음의 회로를 이성에서 감성으로 전환해 줄 작품은 채지혜 작곡가의 ‘감정의 바다’다. 사람의 감정을 비유할 때 바다가 제격이다. 잔잔하고 평온한 바다와 같이 편안한 마음일 때가 있고, 반대로 파도가 치고 부서지기를 반복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는 바다처럼 우리의 감정 역시 분노가 일렁이기도 한다. 또한 바닷속 소용돌이는 마치 우리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빗대는 듯하다. 이처럼 ‘감정의 바다’는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를 보며 느낀 감정의 변화를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라는 배가 망망대해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태평소의 호쾌한 선율과 타악기의 생동감 넘치는 리듬으로 그려내며 관객에게 희망의 기운을 전해준다. 

다음으로 가볼 곳은 판소리 ‘수궁가’의 배경으로 알려진 남해다. 그중에서도 경상남도 사천시 비토섬은 수궁가의 전설이 서린 곳으로 전해진다. ‘정오의 협연’에서 선보일 곡이 바로 수궁가 중에서 ‘좌우나졸’이다. 그러니 어느덧 우리는 남해로 이동한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인 유태평양이 특유의 시원스러운 소리로 우리 항해에 활력을 줄 것이다. 자라에게 속아 수궁에 도착한 토끼를 용왕의 명을 받은 나졸들이 잡아들이는 대목으로, 용왕 앞에서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온갖 핑계를 대는 토끼의 재치가 돋보인다. 풍성한 국악관현악에 유태평양의 생생한 연기와 묵직한 소리가 더해져 극적 긴장감을 준다.



크루즈 여행 기분을 내볼까


국내 바다에서 감성을 채우고 나니 크루즈 여행지로 꼽히는 지중해와 카리브해가 궁금해진다. 먼저 지중해로 ‘정오의 여행’을 떠나보자. ‘정오의 여행’은 국악관현악으로 재해석한 여러 나라의 전통음악이나 민요를 이국적 풍경을 담은 영상과 함께 감상하며 잠시나마 여행지에 온 듯한 기분을 선물해 준다. 이번 여행지는 낭만과 정열의 나라 스페인이다. 지중해를 품은 나라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그 해안선을 따라 자리한 아기자기한 마을이 빼어난 경관을 이룬다.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한 ‘볼레로 K’를 감상하며 지중해가 펼쳐진 스페인을 즐겨보자. 

다음 행선지는 카리브해에 자리 잡은 ‘정오의 스타’로, 가수 박학기를 초대한다. 그의 목소리를 바다에 비유하자면 이국적 해변과 투명한 물로 유명한 카리브해가 떠오른다. 감미로운 미성과 서정적 가사로 1990년대 포크 음악 열풍을 이끈 박학기는 자신의 대표곡 ‘향기로운 추억’ ‘아름다운 세상’ ‘아직 내 가슴속엔 니가 살아’를 국악관현악 위에 펼쳐낸다. 카리브해 하면 떠오르는 저마다의 풍경이 있을 것이다. 따스한 태양 아래 눈부시도록 찬란하게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우리의 기억 속에 박혀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떠올릴 수 있는 박학기만의 반짝이는 목소리를 닮지 않았는가. 그 추억이 피어오르게 될지 기대되는 순간이다.



지휘 최동호  |  협연 국립창극단원 유태평양  |  협연 가수 박학기



바다의 경이로움을 닮은 관현악


바다는 신비로운 곳이다. 깊은 영감과 경이를 선사하는 바다는 한 음 한 음이 모여 이뤄내는 무궁무진한 관현악을 닮지 않았는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바다에서 맡은 역할만큼은 참으로 큰 플랑크톤은 햇볕 아래에서 놀라운 빛을 발산하며 마치 작은 보석같이 반짝이기도 하고, 바다의 다양한 생물이 영양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생태학적 역할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하고 다양한 음 역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렬하게,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조화를 이루며 믿어지지 않을 만큼 하나의 큰 작품을 만들어낸다. ‘정오의 관현악’은 국악관현악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의 마지막 순서다. ‘정오의 3분’으로 시작해 점점 우리 마음에 들어온 무대를 지나 비로소 국악관현악의 매력과 깊이를 알 수 있는 ‘정오의 관현악’에 도달한다. 우리 마음을 열어줄 작품은 김백찬 작곡의 ‘Knock(노크)’다. 한국 전통음악의 새로운 어법을 두드린다는 의미의 작품으로, 장단의 다채로움이 극대화된 환상곡 형식으로 되어 있다. 국악의 음계와 색채, 고유의 호흡과 리듬감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관객에게도 마지막에 관현악의 모든 집합을 만나볼 수 있는 유종의 미를 이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여러분 마음속 바다로 가는 항해의 종착지가 될 김백찬 작품의 ‘Knock’를 끝으로, 어느덧 상반기의 마지막 <정오의 음악회>인 5월의 문도 두드릴 준비를 해보면 어떨까.





2024년 <정오의 음악회> 6편을 모두 관람한 관객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는 ‘정오의 도장깨기’ 이벤트가 진행되고, 음악으로 마음은 채우지만 배 속은 아직 허전할 때, 공연을 관람한 모든 관객에게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맛있는 간식도 제공한다. 



글. 이그림 

방송작가. <KBS국악한마당>으로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 

TV·라디오·공연 등 전통예술이 있는 곳에 고운 색을 더해 그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싶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일정 2024-04-11 | 시간 11:00 |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람권 R석 3만 원, S석 2만 원 | 문의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