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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호 Vol. 405

공연행 티켓 발권 소리

어떤 소리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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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행 티켓 발권 소리





로비에 모인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안내원의 목소리에 뒤섞여 어떤 기계음이 들려온다. 낮고 짧은 음, 그리고 높고 긴 음으로 이루어진 한 쌍의 소리다. 경쾌하고 짧은 리듬을 만드는 이 소리는 1초 단위로 계속 반복된다. 극장 로비 한편에 마련된 창구에서, 그리고 공연 전 한두 시간 전부터만 한정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이 소리는 바로 티켓을 발권하는 소리다. 


국립극장에 공연을 보러 가면 가로 17센티미터, 세로 7.5센티미터가량의 살짝 두툼한 종이로 만들어진 티켓을 받을 수 있다. 거기엔 그날의 공연 정보를 포함해 내가 앉을 객석의 층과 구역, 열, 번호가 적혀 있다. 티켓은 공연장 출입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물건인 만큼 간단하지만, 신원 확인을 거친 후에야 받을 수 있다. 몇 번이고 꼼꼼히 확인한 상태인데도 항공사 창구에서 탑승권을 받기 전에 괜히 조금은 긴장되는 것처럼, 티켓 창구 앞에서 발권을 기다릴 때면 묘한 설렘과 긴장이 찾아온다. 어떤 이유로든 이 종이 한 장을 손에 쥐지 못한다면 고대하던 시간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확인 절차가 끝나고 마침내 아주 간단한 기계음과 함께 발권기에서 티켓이 툭 튀어나오면, 어쩐지 안도하게 된다. (공연 시작 시간에 임박해 공연장에 도착했을 땐 더더욱!)


꼭 극장이나 이동 수단을 이용할 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박물관이나 스포츠 경기장은 물론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가 일상과 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어딘가에 진입할 때, 티켓은 그곳으로 가는 길목에서 일종의 ‘증명서’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안내원은 언제나 항상 티켓을 소지할 것을 권장한다. 누군가 문을 드나들 때마다, 다른 무엇도 아닌 이 작은 티켓만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자격을 확인해 주기 때문이다. 가끔 어렵사리 예매에 성공했거나 큰맘 먹고 예매한 공연의 티켓을 볼 땐, 결국 이 종이 한 장을 구하느라 그렇게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웃게 될 때도 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티켓의 효용은 서서히 사라져간다. 마지막 입장 종료 후엔 더는 필요하지 않은 만큼, 누군가는 티켓을 버리기도 한다. 떨어져도 줍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티켓만큼은 소중히 가져가 한데 모아두곤 한다. 공연은 이미 끝났지만, 여전히 내 손에 남아 있는 티켓은 언제고 상상 속에서나마 나를 바로 그 공연장으로 데려가 주기 때문이다. 티켓에 적힌 짧은 문구는 막이 오르는 순간을 기다리던 그 설레는 마음까지 덩달아 불러온다. “즐겁게 관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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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예슬 음악평론가   

일러스트. 곽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