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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호 Vol. 412

국악으로 즐기는 게임 세계

달다 / 미리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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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

국악으로 즐기는 게임 세계


게임 음악과 국악의 만남을 통한 독창적 예술 경험.

게임 속 상상력과 현실 속 예술이 경계를 넘어서는 이 특별한 경험이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게임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다. 게임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며,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게임 음악을 듣다 보면 내가 가닿지 못한 신비의 세계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게 된다. 때로는 한 곡의 음악이 그 세계관을 떠올리게 하고, 그 순간의 감정을 되살리기도 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게임 음악을 현실에서 듣는 경험은 게임 속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치를 알고 있는 게임사들이 앞다투어 이를 활용한 공연을 개최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혁신과 실험의 선두 주자인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국악으로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공연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을 선보인다. 함께하는 게임은 AK 인터렉티브의 ‘천하제일상 거상’(이하 거상)이다. 

경제 전략 MMORPG 거상은 16세기 동북아시아를 무대로 플레이어가 무역과 전투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최고의 상인이 되는 과정을 그리는 게임이다. 신화와 전설 속 영웅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재미, 역사적 사실과 가상의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동아시아의 정신과 정체성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을 넘어 일본·중국·대만·인도를 배경으로 각 필드의 콘셉트와 개성을 드러내는 배경음악을 들으며 최고의 상인이 되고자 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특별한 방식으로 만나는 반가움


한국, 동양을 주제로 하는 게임과 신선한 음악 장르를 기다린 사람들에게는 <음악 오디세이 : 천하제일상>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게임 음악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공연 진행 방식에 있다. 게임 이미지가 스크린에 상영되고, 동시에 게임 속 음악을 편곡해 연주하는 일반적 게임 음악 공연과 다르게 진행 형식에 차별화를 두었다. 각기 다른 개성의 다섯 작곡가가 게임에 등장하는 16세기 조선·일본·대만·중국·인도 다섯 필드의 음악을 만들고, 작곡 대전을 벌인다. 관객은 게임하듯 선호하는 음악을 골라 투표에 참여하게 되는데, 최종 우승곡은 앙코르로 연주되고 작곡가에게는 거상에서 제공하는 소정의 상금이 수여된다.



 지휘 김유원



환상과 모험의 세계로 가는 6개의 문


손다혜 작곡가가 편곡한 거상의 로그인 테마 곡을 비롯해 거상 속 다섯 필드의 배경음악까지 총 6곡이 무대에 오른다. 첫 번째 곡은 국악관현악을 위한 ‘새로운 세계’로, 게임으로 진입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환상적 순간을 담았다. 여정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과 함께하는 음악인 만큼 설렘과 부풀어 오르는 꿈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이어서 5명의 작곡가가 게임 속 필드의 배경음악을 활용해 작곡한 국악관현악곡 다섯 작품을 선보인다. 조선 필드의 배경음악을 활용한 ‘안녕(安寧)’(작·편곡 강한뫼)은 가장 친숙하게 느껴질 조선 필드만의 평안한 상태를 담았다. 여전히 게임에 접속 중인, 혹은 과거에 게임을 즐긴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주요 선율을 중심으로 긴장감 넘치는 극적 흐름을 만들어 낸다. 

중국 필드의 ‘사랑에 빠진 차우차우’(작·편곡 성찬경)는 친숙한 몬스터 ‘차우차우’와 우리나라의 토종 개인 진돗개가 사랑에 빠졌다는 귀여운 상상에서 시작한 곡이다. 달콤하고 로맨틱한 영화의 OST처럼 연인을 향한 아름다운 세레나데(소야곡)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필드를 모티프로 한 ‘파랑 파랑’(작·편곡 장태평)은 일본 필드의 주 캐릭터인 사무라이와 무녀가 숲의 싱그러운 파랑을 지키기 위해 대항한다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그렸다. 일본의 전통 악기인 고토와 샤미센 등의 음색이 연상되는 도입부가 특징이며, 기존 BGM이 연상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구현했다. 

대만 필드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절벽의 섬(The Cliffed Isle)’(작·편곡 정혁)은 미지의 땅에 처음 발을 딛고 선 작은 존재가 바라보고 느끼는 대자연의 정경을 담아낸다.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의 신비롭고 기묘한 자태, 울창하고 장엄한 숲, 안개 속 펼쳐지는 드넓은 고원, 웅장하고 거대한 절벽. 드라마틱한 대자연 경관을 강렬하게 그린다. 처음 이곳을 향했던 작고 두려운 마음이 점차 거대해지고 숭고해지기까지의 여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도 필드를 주제로 한 ‘신화의 숨결(가제)’(작·편곡 홍민웅)은 신화와 전설 속 신비롭고 생동감 넘치는 신과 영웅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스토리와 신화적 부분을 활용해 편곡하기도 했으며, 지역만의 조형물처럼 시각적 요소를 활용해 변주하기도 했다. 친숙한 게임 음악 선율이 어디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좌측 상단부터

작·편곡 손다혜  |  작·편곡 강한뫼

작·편곡 성찬경  |  작·편곡 장태평

작·편곡 정혁  |  작·편곡 홍민웅



새로운 경험 확장된 세계


‘국악’과 ‘게임’이라는 이질적 단어가 결합해 새로운 음악적 세계를 탄생시킨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들려주는 거상의 음악은 관객이 게임을 색다른 방식으로 체험하게 해줄 것이다. 게임 속에서 경험하던 감정과 순간이 현실에서 국악이라는 독창적 장르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된다. 

또 국악과 게임을 사랑하는 관객이 한자리에 모여 특별한 만남도 이루게 될 터다. 게임의 세계관을 새롭게 경험하고, 어쩌면 낯선 국악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질 테니, 이번 공연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경험을 넘어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 공존하는 특별한 순간을 목격하는 장이 되리라 기대된다. 



글. 오지영

게임과 음악을 좋아해, 문화 플랫폼 아트인사이트에서 게임과 게임 음악 관련 글을 쓰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

일정 2024-11-29 ~ 2024-11-30 | 시간 금 19:30, 토 15:00

장소 해오름극장 | 관람권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 문의 02-2280-4114